
만사가 천하태평인 남자가 화로를 사이에 두고 친구와 함께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친구가 입고 있는 훌륭한 겉옷의 끝자락에 화로의 불이 붙어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성미가 아주 느린 이 남자는 약간 주저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 여보게 친구. 난 방금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
만약에 내가 지금 이 사실을 말한다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낼지도 몰라.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자네에게 지금보다 더 큰 손실이 있을 텐데.
잠자코 있을까, 아니면 말을 해줄까?”
이 말을 들은 친구는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지 빨리 말을 해달라고 재촉했다.
그제서야 겨우, 성미가 느릿한 그 사람은 머뭇거리면서 그것마저 천천히 말했다.
“자네는 지금 불에 타고 있네.”
친구는 깜짝 놀라 킁킁 냄새를 맡으며 자신을 살펴보기에 급급하였다.
그러나 그 때에는 이미 자신의 겉옷이 많이 타버린 뒤였다.
화가 난 친구는 소리를 질렀다.
“내 옷의 끝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도 어째서 일찍 말해주지 않았어. 이 나쁜 녀석아!”
성미가 천하태평인 그 남자는 여전히 느릿느릿한 태도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처음에 자네가 굉장히 즉흥적이고 성질이 급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군.”
(중국인은 만만디 / 띵총 그림, 도서출판 눈)
중국인은 만만디
이 책은 기원전 3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중국의 소설과 역사전기 가운데서 뽑아낸
중국인의 오랜 유머를 북경 뉴월드 출판사에서 엮어 낸 삽화 소화집이다.
중국의 민중미술가 띵총이 삽화를 다듬었고, 도서출판 눈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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